지리산
사소한 우연이 인연으로~
△ 일 시 : 2016.8.20(토) 금,토 무박산행
△ 장 소 : 지리산(중산리~천왕봉~백무동)
△ 참 가 자 : 홀로 가서 둘이서 산행
△ 날 씨 : 무덥고 맑음
△ 등산 코스 : 중산리주차장->중산리탐방지원센터->망바위->로타리대피소->천왕봉->제석봉->장터목대피소->참샘->하동바위->백무동탐방지원센터
(산행거리:약 14.6km, 산행시간:약 10시간 54분)
♣ 이런 저런 ♣
며칠전 인터넷으로 금요일밤에 지리산 중산리로 가는 시외버스편을 알아보다가 마침 좌석이 남아서 바로 예매했다.
처음부터 지리산 등반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는데 표를 예매하고 나니 이번기회에 다녀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지리산은 가을에 1박2일로 다시 종주해볼까 어렴풋이 계획중이었다.
그러나 요즘처럼 날씨가 무더울때 올라보는 것도 추억이 되리라고 여겼다.
등산코스는 중산리~천왕봉~장터목대피소~촛대봉~세석대피소~한신계곡으로 야심차게 계획했다.
그러나 계획은 블랙홀을 만나서 굴절되고 만다.
지리산은 작년 12월 말에 지천명을 기념한다며 올랐었다. 그 때는 날씨가 흐리고 눈발도 흩날려서 어렵게 올랐다.
정상에 올라섰을 때는 강한 바람이 불고 추워서 오래 머물수도 없었다.
당연히 일출도 못봤고...그대로 장터목을 거쳐 백무동으로 하산했었다.
이번에는 기록적인 무더운 여름 보내고 있는 요즘이라 한신계곡의 시원한 폭포가 그리웠다.
그곳에 가고싶었다. 시원한 폭포를 보며 발이라도 담그고싶었다~
11:07분, 남부터미널도착...남부터미널의 익숙한 밤의 모습
금요일 밤에 출발하는데 그 이전까지 몸도 맘도 바빠었다.
시외버스 승차권을 자동발권기로 금방 발권받는다.
16.08.19(금) 11시30분 출발.
서울-지리산 우등고속. 한결 편안하다. 장거리는 아무래도 우등정도는 타고가야 한다.^^
나의 좌석에 앉아서...
시외버스는 중산리를 향해서 밤길을 달린다. 운전 기사님 안전운전 부탁드립니다~^^
새벽 2:58분, 중산리에 도착
새벽 3시도 안되어 빨리 도착했다. 난 새벽 4시쯤에 산행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일뿐~
밝고 훤한 보름달이 떴다.
셀카로 중산리에 온 기념을 남긴다.
마침 뒤에 올라오던 분에게 부탁해서 가로등 불빛 아래서 찍는다.
나의 첫 모습을 남겨야지 ㅎ
지금 내가 선 현위치
아스팔트 도로(빨간 점)를 따라서 중산리출발점(탐방지원센터)까지 걸어간다.
난 일부러 버스에서 내린 산객들을 먼저 보내고 천천히 편안하게 오르고 싶었다.
걸어 갈때 뒤에서 누가 쫒아 오는 것도 부담되었고, 타인의 랜턴 불빛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나의 페이스 대로 지리산을 올라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뒤로 처져서 간다.
환한 달빛이 자꾸 눈을 들어 보게한다.
산길만 아니라면 달빛에 길을 걸어가도 될 듯 밝다.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탐방안내소
중산리야영장 부근의 중산리분소 이정표에 천왕봉까지 5.2km라고 표시되어 있다.
시외버스정류장까지 1.9km이니 벌써 1.9km를 걸어온 것이다.
3:47분, 통천길을 통해서 등산을 시작한다.
통천길을 따라서 조금 올라가다보니 우측으로 중산리야영장 취사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한 여자가 배낭을 정리하고있는 모습이 언뜻 스쳤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사람이 품베어님이었던 것같다.
사소한 우연의 만남
어두운 등산로에서 나홀로 손전등을 켜고 돌계단을 오를 무렵 바로 나의 등뒤에서 여자 등산객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헤드랜턴 빛이 약해서 앞이 잘 안보이는데 나의 손전등이 밝으니 뒤쫓아 함께 올라가도 되겠느냐고 말한다.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또 생각할 것도 없이 그렇게 하자고했다.
어둠속에서 얼굴도 잘 분간이 안된다. 목소리가 젊은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젊게 느껴지는데요?" 하니 " 저 30대에요~" 라고 한다. 난 처음에는 40대라고 말하는 줄 알았다.
이제부터 그 여자분과 함께 올라가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생각이 스쳐간다.
혼자 올라가면 내 맘대로 다하며 올라갈 텐데...ㅎㅎ 나의 행동에 제약이 따랐다. 어쩔수 없지~
어둠속의 갈림길 이정표
그 여자분이 앞서서 돌계단을 올라간다.
어느 순간에서는 그녀가 걷는 속도와 탄력이 힘차게 느껴졌다. 포스가 느껴졌다고 할까...
처음엔 '나보다 더 산을 잘 올라가는거 아니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산리코스는 유난히 돌계단이 많다. 계단도 끝없이 이어진다.
나의 환한 랜턴이 플래시 역할을 해줘서 야간에도 밝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새벽 밤공기 속에 오르는 계단
경사가 급격한 계단을 올라간다. 그래도 아직은 올라갈만 하다.
무거운 배낭을 매고 올라오는 분, 여자분의 이름을 편의상 "품베어"라고 불러야겠다.
품베어의 뜻은 ...?^^
품베어님의 배낭은 무겁다. 들어보니 나의 배낭보다 무거웠다.
그리고 오랜만에 산에 오른다고 하며 자칭 나이들어 힘들다고 내앞에서 여러번 하소연을 한다. ^^
5:03분, 망바위 이정표
망바위
조금 밝아진 하늘에 보름달이 선명하다. 산위로는 운무가 드리우고 있다.
품베어님이 오늘 깨스가 많이 찬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 아침 8시경이면 하늘이 맑아질 것입니다!" 라고~ 난 장담을 잘한다^^
중산리코스를 오르며 작년 12월에 오를때 생각이 떠오른다.
8개월만에 다시 오르고있다.
무슨 바위라고 해야하나?
천천히 올라오는 품베어님
품베어님은 더 젊었을때 마라톤도 해본것 같았다. 헬쓰도 하고...
강북 오산(불수사도북)도 종주했다고 한다. 어쩐지 운동하는 사람의 느낌이 물씬 났다.
천왕봉 방향
바로 앞은 헬기장...헬기장 지나서 조금 가면 로타리대피소가 나온다.
날이 밝아지니 품베어님의 모습과 나의 모습이 빛에 그대로 드러난다.
어둠속에서는 서로의 땀흘리고 지친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지만, 빛속에서는 서로의 모습이 적나라라하게 드러난다는거~~^^
헬기장에서 우측으로 일출을 받은 구름이 황홀한 색을 입는다.
태양의 빛이 구름을 통해서 조화를 부리는것 같다.
품베어님도 그 모습이 아름다운지 스마트폰으로 담고있다.
품베어님은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았다.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인 모습일때만 스마트폰을 꺼내어 찍곤했다.
5:57분, 로타리대피소 도착
로타리대피소로 가는 품베어님
로타리대피소에서 일출을 본다.
테이블에서 누룽지를 꺼내어 끓인다.
누룽지를 끓이는 동안 품베어님은 옷을 바꿔입고 배낭을 정리한다.
그녀의 배낭 안에는 많은 먹거리들이 담겨져 있어서 더욱 무겁다.
바나나도 몇 개가 아니고 1다발이다. 거기에 보온 팩으로 감싼 얼린 음료수 다량, 방울토마토와 거봉이 담긴 봉지 두개, 김밥 조금...여벌 옷까지~
혼자 왔으니 먹을거라도 푸짐하게 많이 가져와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덕분에 내가 많이 얻어 먹었다. 품베어님 배낭의 하중을 덜어주기 위해서...
직장의 냉장고에 있던 누룽지를 가져와서 끓였는데 생각보다 맛이 덜했다. 누룽지 숭늉은 시원하고 좋았다.
품베어님에게도 조금 덜어줘서 함께 먹었는데 많이 남아서 잔반통에 버렸다.
로타리대피소에서 출발하는데 위쪽의 법계사 일주문이 공사중이다.
그동안 법계사 경내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오늘도 그냥 지나쳐 간다.
법계사에서 천왕봉까지 2km이다.
품베어님이 법계사쪽으로 올라오고 있다. 웃고있는데 왜 웃고있는지는 모르겠다 ~^^
계단을 오르고~
암릉이 나타난다.
암릉을 오르는 마시멜로현
오늘 사진의 대부분은 품베어님이 찍어주셨다. 그리고 잘 찍어주고 있었다^^
암릉에서 바라본 모습
품베어님도 암릉을 올라오고 있다.
산오이풀
험한 돌길을 오르는 산객님들...
가쁜 호흡으로 지리산을 오른다~
품베어님은 등산을 잘 할듯 하면서도 어떤 때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해서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오늘 많이 졸립단다. 중간중간 하품을 많이 했다^^
나의 예상대로 8시가 가까워지며 하늘이 맑아지고 운해가 깔리고 있었다.
운해를 배경으로~
운해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고목이 자연속에서 작품으로 서있는듯...
나뭇가지 사이로 천왕봉 언저리가 보이는 듯하다.
중산리코스의 천왕봉 오르는 풍경
갈수록 지치고 특히 계단을 오를때 더욱 힘들어 하는 품베어님~
품베어님은 중산리계곡에서 펜션을 운영하시는 부모님께 가려는중 먼저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고 간단다.
부모님께는 걱정하실까봐 지리산에 간다고 말씀을 안드렸단다.
하산후 부모님 펜션에가서 도와드릴 거라고~훌륭ㅎ
개선문 이정표
개선문
개선문에서 개선장군처럼^^
거친 돌계단길
좋다...오늘 제대로 왔네~~
와~~~~~출렁이는 운해!
운해를 바라보는 마시멜로현...
품베어님도 넘 아름답다며 사진을 찍고 파노라마 사진도 찍는다.
오늘의 카톡 플필사진은 이 장면이란다^^
품베어님의 모습도 멋지다~~
나도 파노라마사진으로 찍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바위의 모습이 당당하다.
풍경은 아름다워라~
오호라~
산오이풀이 등산로를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등뒤로는 아름다운 운해~ 그러나 우리는 앞을 보고 한발 한발 올라가야 한다.
참 바라만 봐도 힘든 구간이다.
품베어님이 계단만 만나면 힘이 쳐지고 더욱 발걸음이 무겁다.
계단위에 서니 멀리 반야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 순간 품베어님이 반야봉에 한 번 가봤으면 좋겠다고 한다. 난 가봤다고 말했다.
반야 반야~~
오늘 천왕봉에 올라서 장터목대피소로 간 후 다시 촛대봉을 넘어 세석대피소 부근에서 한신계곡으로 하산할 계획을 가지고 왔다.
그래서 시간이 된다면 품베어님에게 오늘 촛대봉까지 함께 가자고했다. 품베어님도 흔쾌히 수락했다.
품베어님은 촛대봉에서 다시 장터목대피소로 돌아와서 중산리로 하산하고, 난 계획대로 한신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현재 까지의 생각-
지금 전망은 끝내준다 ^^
~~와 우
내가 품베어님에게 힘내시라고 응원의 말을 해주었다.
품베어님 뒤로 전망이 환상이네...
오늘 이런 광경을 많이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발 아래서 운해가 노닐고 있다~
만족스런 순간~
사진도 잘 찍어주는 품베어님^^
품베어님이 몇가지 야채를 넣어서 만든 주스를 마시고 있다.
나도 한모금 맛보았는데 건강해지는 듯이 좋았다^^ 하루야채같은 느낌의 맛이 나는 주스였다.
"한 모금 마셨더니 원기가 회복되는것 같습니다 ㅎ" 라고 말해주었다.
용담
천왕샘 안내문
천왕샘도 거의 매말라있었다.
천왕샘쪽에서 올라오는 품베어님
아찔한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계단을 오를때 힘들어 하는 품베어님에게 한마디 해줬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올라오고있는 품베어님
또 계단
나는 괜찮은데 품베어님이 퍼질까봐 은근 걱정이 된다.
지나온 능선과 산하
정상에서 벌써 내려오는 산객들...장터목대피소에서 하룻밤 자고 오시나...?
품베어님이 곰처럼(?) 끈기있게 올라오고있다.
이제 정상을 향하는 마지막 오름구간이다.
품베어님이 저곳을 바라보며 저곳만 오르면 정상이에요? 라고 묻길래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 그럼 올라가도 되겠네요..." 라고 한다.
저곳이 정상이 아니면 포기할 사람인것 처럼~~^^
올라가보자....여기서부터는 품베어님에게 먼저 앞서 가라고 말했다.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고생했는데 나보다 먼저 정상을 밟게해주고 싶었다. 작은 예의를 갖추려는 배려였다^^
이곳을 오르며 품베어님에게 내가 군대 입영 영장을 받고서 입대전 호연지기를 기른다고 구두신고 중산리에서 천왕봉에 올라간 얘기를 해주었다.
그 당시 이곳을 오르다가 바로 이곳 천왕봉 바로 밑에서 다리에 쥐(경련)가 나서 고생했다고 말해주며
얼마나 힘들었던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고도 말해주었다.
나의 다리는 지금 아무런 이상이 없다^^
계단 상부에서 뒤돌아본 계단의 모습...휴우~~
이제 여기만 올라서면 정상이다.
정상에서는 등산객들이 올라와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있다. 우리도 곧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즐거워할 것이다.
계단 밑에 핀 들꽃
8:36분, 정상이다. 버스주차장으로부터 5시간 26분, 통천길로부터 4시간 49분 걸렸다.
언제나 반가운 천왕봉 표지석이 그자리에 버티고 서있다.
천왕봉의 주변을 둘러본다.
촛대봉 방향
그동안 천왕봉 표지석에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었을까...?
그래도 올라올 때마다 또 찍고싶다는..^^
하이~~마시멜로현입니다^^
표지석의 뒷모습...한국인의 기상!
함께 고생하며 올라온 기념으로 품베어님과 둘이서~
수고했어요~~짝짝^^
사소한 우연이 인연으로 되는 순간이다.
사실 품베어님 때문에 나의 오늘 지리산 산행계획은 미완으로 마감할 위기(?)에 처했다.
차후에 일어날 상황에서 더욱 블랙홀의 위기를 맞게된다.
그러나 혼자 오를 줄 알았던 중산리코스를 품베어님과 함께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힘든것도 나누고, 간식도 나누며
또다른 즐거움과 유익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품베어님 덕분에 셀카로 혼자 어렵게 사진을 찍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어떻게 찍어 달라고 주문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찍어주었다. (품베어님 감사해요^^)
와~ 멋지다^^ 탄성과 웃음이 절로 나오네~~
이곳 바위에서도 등산객들이 사진을 많이 찍고있었다.
나도 바위에 올라서 멋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런 모습도~~(지금 현재 대문사진으로 사용하고있다)
품베어님이 사진을 척척 알아서 잘 찍어주신다.
나도 품베어님의 스마트폰으로 그녀의 사진을 찍어줬다.
바위를 내려오는 모습까지도 리얼하게~~^^
~~
흰구름 사이로 떠있는 반야봉
지금 천왕봉의 풍경
오늘 날씨도 좋아서 기분은 최고다~! 그래도 덥기는 하다..
아~천왕봉!
언제 올라와도 감격스런운 순간과 마주한다. 마음에 감동과 격동을 주는 지리산 천왕봉이다.
정상 바로 밑의 바위 그늘에 앉아서 서로의 간식을 꺼내놓고 먹는다.
포도,거봉,바나나,방울토마토,음료수...나는 빵까지~
품베어님이 배낭의 짐을 가볍게 한다고 먹은 것이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
그리고 나의 스마트폰이 갑자기 Black Out 되어버렸다.
화면이 안보이는 것이다.
사실 전부터 화면이 좀 이상 증상이 있기는 했었다.
*블랙홀1 : 스마트폰 Black Out
9:13분, 하산을 하려는데 품베어님이 졸립단다^^ 자고싶단다.
힘들고 지친 상태에서 배부르게 많이 먹어서 그런것 같다. 일단 장터목대피소까지 가서 쉴 수 있을지 판단하기로 했다.
베어는 많이 자야한다 ㅎ
대원사로 가는 써리봉 방향
천왕봉 정상아래를 다시 바라보고~~
내 눈에는 이 바위가 천왕봉을 지키는 해치상처럼 신령하고 상징적인 바위로 보인다.
좌측으로 바위능선과 운해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있다.
아름다운 길, 천국의 길
구름따라 반야봉까지 바라보고 있으려니 지리산종주가 기대된다. 맘이 있으면 또 종주를 하게되겠지~~
이 구간이 오르고 내려가기가 어려운 곳 중의 하나이다.
올라올 때도 어렵지만 내려갈 때도 힘든 구간이다.
품베어님이 생각보다 어렵고 더디게 내려오고있다. 결국 내려올때 문제가 생겼다.
품베어님이 넘 졸립구 다리에도 힘을 줄 수없을 정도로 풀렸단다. 다리에 힘이 안들어 간단다...
난 품베어님이 튼튼해 보여서 하산은 잘 할 줄 알았는데...^^
결국 자신은 촛대봉까지 아무래도 못가겠으니 나보고 한신계곡까지 가야하니 먼저 내려가라고 한다.
자신은 더이상 내려가기 힘들어서 이곳에서 한참동안 쉬었다가 가야할 것 같다고 한다.
"늦어지면 나도 장터목대피소에서 백무동으로 하산할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라고 말해주었다.
아무리 오늘 처음 만난 남이라지만 품베어님 혼자 이곳에 남겨두고 간다는 것이 썩 내키지도 않는 일이었다.
품베어님을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난 널직한 바위로 오게해서 쉬게했다.
결국 조금 자야할것 같다며 넓은 바위에 누웠다.
*블랙홀 2: 품베어님 Black Out
나는 먼 산 만 바라보았다.
바위에 올라서 운해도 바라보고~
품베어님은 취침중~~얼마나 졸립고 피곤했으면...
나홀로 바위에 올라 한가하게 사진을 찍는다^^
ㅎㅎ
무거운 배낭을 배에 얹고서 자고있다^^
깨우지 않고 한 참을 기다렸다. 30여분은 지난것 같다.
그런데
옆에서 쉬며 나의 스마트폰을 낮은 바위에 올려놓았다가 떨어져서 주웠는데 액정이 깨져버렸다.
액정이 깨질 정도로 높은 곳이 아니었는데...툭 깨져버렸다.
그래서 화면도 꺼멓게 안보였는데 액정까지 깨져버렸으니 이런 일이 어디있단 말인가?
*블랙홀3 : 스마트폰 액정 Out
그래도 풍경은 일품이구나~
한 숨을 잔 품베어님이 일어나서 다시 장터목대피소를 향해서 내려간다.
품베어님이 조금 힘을 회복한듯 보였다.
다시 힘을 얻어서 잘 내려가고 있다.
겨울이나 여름이나 계절에 관계없이 아름다운 지리산의 풍경
아름다워라~멋져라!
이제는 다리에 힘이 좀 들어가나 모르겠네~^^
고목은 운치를 더하고~
통천문을 내려오고있다.
통천문 이정표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
용담
투구꽃
제석봉 가는 길
오늘 이길따라서 촛대봉까지 가려고 했는데~~
멋진 풍경들을 감상하며 걷는다.
제석봉으로 오고있는 품베어님
제석봉 이정표
품베어 뒤로 보이는 천왕봉
제석봉 전망대...전망 좋구나~
품베어님이 이젠 잘 걸어가고 있다. 터벅터벅 잘 간다.
경치 좋고~~
제석봉의 고사목
품베어님도 풍경을 찍을 만큼 여유가 생겼다^^
뒤돌아본 모습
오늘 품베어님이 찍어준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참취
10:48분, 고대하던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고 있다.
장터목대피소까지 오면서 지리산의 풍경은 참 좋았는데 블랙홀로 빠져버린 것들이 몇가지 발생했다.
스마트폰이 나가고 깨지고, 품베어님이 다운되고, 그래서 시간도 많이 지체되었다.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여 매점에 들렀더니 캔커피도, 사이다나 콜라도 모두 없고 오직 물만 있단다.
속으로 "물은 나도 있다~~"고 말했다^^
품베어님과 취사장밖 처마 그늘에서 에이드 음료수를 나눠 마셨다.
품베어님이 보냉팩에 싸온 에이드음료는 이 시간까지 차가웠다. 덕분에 음료를 한 컵 시원하게 잘 마셨다.
이제 나의 배낭에는 생수 1병이 남아있다. 백무동으로 하산할때 마실 물이다.
이제 품베어님과 악수하며 이별을 고했다.
"나의 가이드는 여기까지 입니다. 중산리로 하산 잘하세요~^^" 라고 응원해줬다.
"예, 좀더 쉬다가 천천히 내려갈께요" 라고 품베어님이 웃으며 대답한다.
나의 블로그도 즐겨찾기에 추가하여 나중에 방문하여 댓글도 남기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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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4 : Time Out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그 이유야 품베어님 때문이지만 100% 원인은 아니다^^
지금 시간이 10:50분 정도이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촛대봉~한신계곡 코스를 못탈 이유도 없었다.
또다른 이유는 스마트폰의 망가짐이 의욕을 꺾었다.
그래서 백무동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11:03분경, 백무동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투구꽃
백무동까지 5.3km...드드드
능선 꺾어져 움푹한 곳이 장터목대피소
이제는 여느때처럼 혼자서 길을 간다.
익숙한 길이다.
많이 보았던 풍경들과 모습들을 만나며 간다.
짚신나물
때로는 추억을 떠올리는 장소를 지나기도 하고~
나만의 풍경을 감상한다.
조릿대길...
전에도 보았던 쓰러져가는 고목~
쉼터의 이정표
이곳에서 쉬어간다.
품베어님이 주신 과일...먹고 먹고 또 먹고있다.
웃음이 나온다. 이런 봉지로 두개를 준비해온 것이다^^
직장에서 가져온 작은 풋사과도 먹는다. 맛은 촌스럽다^^
다시 익숙한 길을 걷는다.
앞에 가시는 저 분~~~
조금전 내가 앉아 쉬고있을때 말을 걸어오셨다.
자신은 하와이에서 부산으로 여행왔는데 해운대서 며칠동안 놀다가 살이 까맣케 타셨단다.
살이 까메서 사람들이 자신을 등산을 많이 해서 탄 줄 안단다~^^
그리고 지리산이 좋다고 하여 왔는데 정말 머리가 맑아지고 좋다고 한다.
잠시 함께 걷다가 슬그머니 난 뒤로 쉬는척하며 그 분과 멀어졌다.
백무동은 아직도 3.6km
뿌리채 쓰러진 나무
이제는 다시 홀로 셀카를 찍는다~^^
조릿대길을 많이 지난다.
12:18분, 소지봉
소지봉 이정표
고목들이 넘어져 썩어져가고 있다. 자연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는중~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이런 돌길을 끝없이 이어서 걸어내려간다.
참샘 이정표
참샘에서 생각보다 많이 물줄기가 쏟아진다.
컵에 참샘을 받아 마신다. 시원하다...연거푸 두 잔을 마신다.
그리고 다시 걷기~
계곡인데 수량이 적다. 요즘엔 비는 적고 더위만 한달이상 지속되고 있다.
물속에 흙 침전물이 씻겨내려가지 않아서 탁하게 보인다.
어디쯤 내려가다가 탁족을 하고싶은데 적당한 장소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동바위 부근의 출렁다리
출렁다리를 철거하고 우회목교를 설치한다고 한다.
곧 철거될 출렁다리
아래서는 목교 공사중...그런데 요즘 날이 워낙 더워서 공사 진척이 안되고 있는듯 보였다.
출렁다리에서 바라본 계곡
곧 철거될 출렁다리에서 인증사진을 찍었다^^
다음에 올때는 없겠구나~
하동바위 이정표
하동바위 부근의 후미진 계곡으로 들어가서 물이 많지는 않지만 탁족을 하기로 한다.
물은 그래도 차갑다. 발이 시원하고 상쾌함을 느낄 정도다.
아쉬움에 여러번 발을 물에 담궜다 뺐다를 반복한다.
피로에 지친 발과 다리를 시원하게 해주고싶다.
다시 걸어내려 가는데...
나무의 줄기가 뿌리에서부터 기형적으로 자랐다.
등로옆 계곡을 따라서 탁족을 하고있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이곳쯤을 지나올 무렵 등산로에 한 등산객이 다리를 뻗고 주저앉아 있었다.
나를 보더니 물 좀 있으면 달라고 애원하듯 호소한다. 꼭 거지가 구걸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난 거의 하산했으니 남은 생수 1통을 그에게 다 주었다. 그는 이미 마신 빈 생수통을 옆에 들고 있었다.
그의 표정을 보니 지치고 맥이 풀려있었다. 기진맥진이라고 할까...컨디션이 안좋아보였다.
"구름다리까지 얼마나 가면 되나요..? 그곳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라고 그가 내게 말한다.
구름다리는 아마 하동바위의 출렁다리를 얘기하는 것 같았다.
"구름다리까지는 150에서 200m정도 될텐데요 제가 보기엔 더 안올라가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몸이 안좋아 보이십니다~"
그를 뒤로하고 내려오면서도 그가 걱정이 되었다.
지난번에도 인상깊게 보았던 그 바위를 다시 만난다.
무슨 형상을 닮은 바위일까? 좀 무섭게 보이기도 하고~
지금 걸어서 내려가고 있는데 날씨는 덥다.
상의에서는 땀냄새가 걸을 때마다 품어져 올라온다.
길의 풍경을 보니 거의 다 내려온것 같다.
대나무숲을 보면 등산이 끝났음을 말해준다.
대나무 줄기를 만져본다.
지리산야영장에 텐트를 치고 쉬고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인다.
장터목에서 5.8km를 내려왔다.
품베어님은 어디쯤에 있을지 궁금했다. 장터목에서 나와 헤어진 후로 얼마동안이나 더 쉬고있을지...그리고
5.3km의 중산리계곡으로 잘 하산하고 있을지...
더위에 그늘에서 잠이든 캠핑객~~
2:04분, 지리산백무동탐방지원센터 앞을 지난다.
햇빛이 무척 뜨겁고 덥다.
산중에 있을때 시원하게 마시고 싶었던 아이스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신다. 4,000원이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몸의 열기를 떨어뜨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몸이 시원해졌다..^^
매표소에 가서 서울로 가는 가장 빠른 표 있냐고 물었더니 서울남부터미널행이 2시30분에 바로 있단다.
출발시간이 5분 밖에 안남았다.
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없었다. 할 수 없지...
겨우 오후 2시30분 밖에 안되었다.
한신계곡으로 돌아왔어도 되지않았을까 ...조금의 아쉬움을 느껴본다. 그래도 이만하면 좋다.
티켓,,,다행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땀을 식혀서 그나마 괜찮았다.
그렇치않았다면 땀도 식힐 겨를도 없이 차에 올라야 했을 것이다.
차창으로 보이는 산뜻한 펜션
품베어 부모님이 운영하는 펜션도 저와 비슷할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시외버스는 몇 군데를 들리고나서 저녁 6시30분경 남부터미널에 도착한다.
저녁 7시30분경 집에 도착했다.
나홀로 즐기며 다니고싶은 산행이었는데
품베어님을 가이드하는 산행이 되었다.
이런 것도 산행하며 경험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아니겠는가!
오늘 나의 산행은 *블랙홀 상황때문에 미완으로 끝나게 되었지만 기억에 남을 지리산 등반이되었다.
2016.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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