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밤, 비,바람 그리고 빛...1
(한계령휴게소~소청대피소)
△ 일 시 : 2016.10.7~8.(금,토) 무박 2일
△ 장 소 : 설악산(1,708m)
△ 참 가 자 : 마시멜로현 & Zro산악회 동행
△ 날 씨 : 비 그리고 개인후 맑음
△ 교 통 : 산악회 버스
△ 등산 코스 : 한계령주차장->한계령삼거리->서북능선->끝청->중청대피소->대청봉->중청대피소->소청대피소->봉정암->쌍폭->수렴동대피소->영시암->백담사
(산행거리: 21.4km, 등산시간: 거의 12시간)
♣ 이런 저런 ♣
바야흐로 가을이 되니 또 가고싶은 산이 설악산이다.
지난 6월 명산 100 도전으로 다녀온 이후 4개월만에 다시 찾았다.
요즘엔 만경대가 10월1일부터 46년만에 45일간 한시적으로 개방한다고 해서 더욱 설악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앞다퉈 찾고있는 시즌이다.
마침 그동안 몇 번 이용한 Zro산악회에서 설악산 대청봉,공룡능선 산행을 한다고 해서 맨앞 1열 2번에 신청했다.
그리고 주간 일기예보를 보니 토요일에 남부지방은 비가 오지만 중부지방 이후로는 구름만 있고 해가 있는 날씨라고 예보되었다.
그래 그 정도면 괜찮겠지...
그런데 출발 당일(금) 저녁부터 예보에도 없던 서울에 비가 온다. 강원도는 안오겠지...라고 생각하며 기상청을 믿으려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기상청은 어김없이 구라청이되고 말았다.
밤부터 아침까지 가랑비는 그치지 않고 일정한 양으로 계속 내렸다. 덕분에 촉촉히 젖었다는...^^
그러나 산행후 생각해보면 기상청의 일기예보와는 상관없이 비는 나름대로 감동의 전조가 되었고 기쁨을 배가 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깨달은 결론은, 자연은 있는 자연 그대로 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설악산은 어김없이 그 강렬하고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등산 코스 : 한계령주차장->한계령삼거리->서북능선->끝청->중청대피소->대청봉->중청대피소->소청대피소->봉정암->쌍폭->수렴동대피소->영시암->백담사
집에서 밤 10시 20분경 나서서 전철을 타고 고속터미널로 왔다.
밖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강원도로 가면 비가 안오겠지...기대하며~
전철 출입구에서 다른 등산객들과 잠시 비를 피해 기다리고 있으니 밤 11시21분에 Zro산악회 버스가 도착한다.
1:38분, 설악휴게소에서 40분정도 쉰다. 식사를 할 사람은 하고...난 화장실만 다녀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어차피 한계령이나 오색에서 등산 개방시간은 새벽 3시이기 때문에 너무 일찍 갈 필요는 없다.
설악휴게소에 도착하고 보니 다른 산악회버스가 많이 도착해 있었고, 계속 휴게소로 들어오고 있었다.
한 번 버스를 세어보니 20여대가 된다. 엄청 많은 등산객들이 설악산을 향해 가는구나...당황스럽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조바심도 생기고...
2:40분, 한계령에 도착
설악휴게소에서 한계령으로 오면서 머릿속에서 한계령 오색 한계령 오색 한계령 오색...어디서 산행을 시작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처음 생각대로 오색에서 출발하면 등산객들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몰려서 정상적인 등산이 어려울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어떻하지......? 한계령에서 출발하면 공룡능선을 못 갈 가능성이 크고...
결정은 버스가 한계령에 도착하고서야 내렸다. 그 만큼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한계령에서 내릴 사람 없나요?" 라고 운전기사가 묻는다.
내가 아닌 다른 등산객이 "여기 있어요"라고 대답하며 내리려는데 몇 명이 더 내릴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 한계령에서 내리자' 라고 결정하고 나도 배낭을 챙겨서 차에서 내렸다.
( 나중에 하산후 내옆자리에 있던 분으로부터 들으니 예상대로 오색에서는 등산이 어려웠다고 한다. 나보고 한계령에서 내리길 잘했다고 말해줬다.)
한계령에도 만만치 않게 등산객들이 많다.
저마다 우비를 입고 배낭도 커버를 씌웠다.
2:52분, 아직 입산시간이 되지않은 백팔계단의 닫혀진 문
등산객들이 문이 열리길 기다리며 앞에 서있다.
산악회버스에서 등산대장(백곰님)이 하신 말씀이 있었다.
이런 성수기에 등산객들이 많을 때는 선두 그룹에서 20~30분 정도 빠르게 치고 올라가라고 한다.
그래야 그 이후에는 막힘 없이 잘 올라갈 수 있다고...
(근데 새벽부터 치고 올라가는게 몸 컨디션에 부담은 없으려나..?)
2:53분, 국공직원이 문을 열어주고 등산을시작한다.
등산객들이 많아서 앞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최대한 앞쪽으로 나간다.
#밤
칠흙 같은 밤, 비내리는 밤, 젖어있는 밤, 운무 가득한 밤이다.
등산로는 젖어있고, 비는 지금도 조금씩 내리고 있다.
아침이면 그치겠지...
운무가 끼고 습하고 축축한 날씨...
한계령에서 1km를 올라왔다.
계단을 오르고...앞으로 수없이 오를 것이지만..
4:12분, 한계령삼거리
칠흙속에 헤드랜턴을 켜고 정신없이 올라오다보니 한계령삼거리에 왔다.
눈에 뵈는 것 없이 올라왔다.
깜깜한 밤이다.
이제 서북능선길을 걷는다.
예전에 밝을때 갔던 서북능선을 떠올리며 걷는다.
촉촉히 젖은 단풍잎...나의 등산화도 젖는다.
이정표도 계속 비를 맞고있다.
거친 바위지대
오늘 설악의 단풍보러 왔는데...새벽에 보는구나!
칠흙같이 어두운 밤에 덜 충전된 헤드랜턴은 금방 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밝은 손전등이 있어서 걱정은 없다.
공사 인부의 헬멧들이 널부러져있다.
등산로 공사 자재들..
서북능선구간의 구간구간에 등산로 계단 설치공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인부들은 간이 텐트를 치고서 곳곳에서 숙박하고 있었다.
그동안 서북능선을 세번 정도 오른 것같다.
밤중이지만 여기가 어디쯤일거라고 머리속에 그리며 간다.
거친 바위길~
단풍도 보며 걷는다.
5:08분, 등산로 한쪽 바위에 기대서 간식을 먹는다.
조금 전부터 간식과 생수를 먹고싶었는데 적당한 장소를 못찾고 이시간까지 계속 걸었다.
비오는 새벽 밤중에 허겁지겁 오르다 보니 제때에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을 놓치기 쉽다.
이런 큰 산일수록 냉정을 찾고서 조금씩 영양 간식을 먹어줘야 한다.
한계령~대청봉의 중간 정도에 왔다.
으시시한 밤이다.
어둔 밤속에서 만나는 화려한고 강렬한 단풍...
#비
계속내리는 비, 일정하게 내리는 비, 천천히 배낭과 옷을 적시는 비, 마음까지 젖게하는 비다.
계속 내리는 비에 등산로는 질퍽하니 젖어있다.
나의 등산복 바지도 진흙으로 묻은지 오래다.
질퍽 질퍽~
이렇게 빗물이 고인 곳도 종종 나타난다.
6:15분, 랜턴을 안켜도 될만큼 날이 훤해졌다.
비구름만 없으면 더욱 환할텐데...
그 길에서 다시 만난 그 나무의 모습~
6:24분, 끝청
등산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모두 우비를 입었다. 난 우비도 없고, 배낭 커버도 안씌웠다.
끝청으로 올라오는 등산객들...
끝청에 서있는 마시멜로현~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올라왔다.
중청을 향해서 다시 걷는다.
암벽을 오르는 등산객~
대청봉이 1.1km 남았다. 많이 올라왔다.
빛 바랜듯한 가을 숲길~
가을 숲을 걷는다.
?? 여기 올때면 항상 만나던 고목이 드디어 쓰러졌다.
넘어져 있으니 무상하게 느껴지는구나...
<2016.6. 여름에 보았던 그 고목>
중청봉 아래에서 중청대피소로 돌아가는 길~
이쯤이면 대청봉이 보일텐데...
대청봉 0.6km..
<2016.6. 여름에 >
운무속에서도 이 모습을 머리속에 상상하며...
6:59분, 세찬 바람이 부는 중청대피소
오색에서 올라온 사람이 대청봉을 넘어 중청대피소를 거쳐 오고있다.
누군가 오색에서 올라온듯한 등산객이 마주 걸어오며 옆의 동료에게 묻는다
"한계령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은 올라왔을까?" 라고...그래서 마침 그들 가까이에서 듣고있던 내가 대답했다.
"여기 올라왔습니다!"
#바람
강하고 세찬 바람,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바람,몸을 가누기 힘든 바람,모자를 날려버리는 바람이다.
몸은 지치고 세찬 바람이 불고, 추워도 대청봉으로 올라가보자~
오늘도 정상에 서봐야지!
짙은 운무와 세찬 바람속에서 등산객들이 쫒겨 내려오고 있다. 겨울이 온듯한 복장과 움츠러듬...
돌탑을 쌓은듯한 바위 군락
대청봉 오르는 길의 바위들..
올라갈수록 바람은 바람이 아니다. 정말 대단한 강풍이 불고 있었다.
성난 바람이다. 모든 것을 쓸어버릴듯한 강한 몰아침이다.
나의 모자도 벗겨져 날아갈뻔 했는데 다행히 헤드랜턴의 머리띠 때문에 간신히 잡았다.
칼바람하면 소백산의 바람이 떠오르는데
이번에 체감한 설악산 강풍에 영하의 온도가 더해지면 그야말로 히말라야의 한파가 아닐까 여겨질 정도로 세찬 바람이었다.
(히말라야는 가보지 않았다는...영화로만 보았네^^)
7:21분, 대청봉에 올랐다.
정상석은 인산으로 무질서...인간군상들~
무엇이 중헌디..?
강풍이 부는대도 인증사진 찍겠다고 다들 정상석에 달라붙었다.
힘들어도 줄을 서면 좋을텐데...
줄을 서고 좀 기다리면 온전하게 정상석 사진을 찍을텐데 저러고 있으면 서로가 정상석 사진을 잘 찍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정상석에서 떨어져서 이렇게 찍는걸로 만족한다^^
역시 장상석에서 잘 찍으려면 평일에 와야한다는...
오색에서 올라오는 산객들...오색에서는 얼마나 많은 등산객들이 출발했을까?
나중에 하산후 버스 옆자리 사람으로부터 들으니 오색에서는 등산객들이 너무 많아서 내내 앞사람 다리만 보고 올라왔다고 한다.
정상석 뒷편의 바위쪽에서 바람을 피해서 빵을 먹는다.
두유도 마시며 설악산 정상에서 잠시 머무른다.
#빛
온세상을 밝히는 빛, 환호하게 하는 빛, 어둠과 구름을 몰아내는 빛이다.
빛이 있으라~!
갑자기 밤새도록 지금까지 덮여있던 비구름이 강하고 세찬 바람에 날아가며 빛이 드러난다.
정상에도 빛이 비추며 세상이 드러나자 등산객들이 환호한다.
나도 빛을 맞이한다.
반갑고 감동적인 태양빛, 빛을 맞이하려는듯 구름이 강한 바람에 쫒겨서 물러난다.
빛을 마주하니 기분이 좋다. 마음도 밝아진다.
대.청.봉, 간신히 대청봉 글자만 찍었다^^
물러나는 구름이 만들어내는 또다른 신비함~
이제는 비구름이 하얀 솜구름으로 변하고 있다.
흩어지는 구름
빛을 맞이하는 등산객들의 표정...흥분과 설레임이 느껴진다.
빛이 비추니 정상석 다툼은 더욱 치열하다.
7:43분, 대청봉을 내려간다.
구름이 걷히며 중청대피소가 밝게 산뜻하게 드러난다.
공룡능선은 구름이 걷히고 있는 중이다.
중청봉까지 드러난다.
잠시 구름이 몰려오고~
내려갈때도 강풍이 불어댄다.
몸을 바로 세우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불어댄다.
웅장한 공룡능선이 드러나고 있다.
선명하게 밝아진 중청대피소와 중청봉
뒤돌아본 대청봉도 깨끗해졌다.
강한 바람을 버티고 사진을 찍는다.
구름이 물러나며 공룡능선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설악의 모습
날씨라는 것이 참 희안하다.
밤새도록 구름과 비로 궂었는데 아침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듯이 깨끗한 세계로 변해버린 모습이 신기하다.
화채능선과 칠선봉이 보인다.
열심히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진사님~
진사님이 찍어준 사진~Good!
좋다~~~
모자가 벗겨질 것같다.
중청대피소로 간다.
빗물고인 등산로
중청대피소에는 등산객들이 넘 많아서 아침 식사를 해먹기도 어렵다. 그래서 소청대피소까지 가서 아침 식사를 먹기로 한다.
공룡능선 방향을 감상하는 산객들..
이런 모습을 감상하고 있을 것이다.
뒤돌아본 중청대피소...등산객들이 많다.
중청에서 백담사까지 12.3km이다.
정말 멀긴 멀더라. 가도가도 끝이 없는 백담사가는 길~~휴우~
소청봉으로 넘어간다.
다시 뒤돌아본 모습...신비스런 구름과 대청봉
중청봉 아래를 가고있다.
울산바위
소청봉으로 내려가는 계단
계단에서 바라본 봉정암 계곡
자연은 변화무쌍하다~
나는 저 아래 봉정암으로 갈 것이다.
소청봉
소청봉 갈림길
오전 8:19분, 소청봉 이정표
아무래도 공룡능선을 타기에는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도 무리일 것 같았다.
새벽부터 내내 비를 맞아서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고, 산악회의 하산시간에 맞추려면 시간이 빠듯할 것 같다.
그래서 오랜만에 봉정암과 백담사 코스도 구경할겸 소청대피소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맘을 정한다.
소청대피소로 내려가는 길
소청대피소로 내려가는 길
소청으로 올라오는 산객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
소청대피소 지붕이 보인다. 태양열 발전용 집열판이 있다.
8:37분, 소청대피소 도착
기온이 싸늘하다. 화장실에도 다녀온다.
취사장에서 라면과 햇반을 함께 끓여 먹는다.
라면이 끓고, 햇반도 속에서 익고있다. 차가워진 속을 라면과 햇반으로 채운다.
취사장에 들어오지 못한 등산객들은 밖의 테이블에서 식사를 한다.
바람 불고 춥다. 이런걸 두고 사서 고생한다고 할까...^^
소청대피소 데크에서 바라본 모습
사과를 먹어야겠다.
한 입 문 사과~
지난주 산풀님이 오르셨던 울산바위도 깨끗한 모습으로 서있다.
소청대피소 옆의 마당에서도 산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보내고있다.
소청대피소에서 올려다본 중청봉
소청대피소
오전 9:25분, 소청대피소 아침식사를 마치고 이제 백담사 방향으로 하산을 앞두고있다.
장장 11.3km를 가야한다.
백담사까지 얼마나 길게 하산하던지~~
2016.10.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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